구두 산업의 생명력을 부활시킨다
구두 산업의 생명력을 부활시킨다
  • 박현철 기자
  • 승인 2019.02.08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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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유통의 ‘적폐(積弊)’ 청산, 장인의 숨결 살려내다
박기범 대표
박기범 대표

 

구두 디자인 및 유통 업체 ‘맨솔(MANSOLE)’(대표 박기범)에서는 백화점에서라면 30~50만 원 정도의 구두를 14만9천 원, 24만9천 원의 가격대로 판매한다. 온라인 유통방식으로 홈페이지에서 주문을 하면 바로 구두를 배달해 주는 것이 아니라 코디네이터가 고객을 찾아간다. 이 코디네이터는 주문자의 발 모양과 치수를 재고, 옷 입는 스타일에 맞는 디자인을 추천한다.

이러한 ‘맨솔’ 구두의 디자인컬러는 소비자와의 소통을 통해 나왔다. 유행을 무조건 따르지도, 시중의 어떠한 명품 구두처럼 권위적이거나 비현실적이지 않다. 박기범 대표가 ‘맨솔 서비스’를 오픈하기 전, MD로 일하던 구두회사 ‘무크’에 있을 때 직접 개발한 ‘유아더디자이너(You are the designer)’ 어플리케이션이 소비자 취향과의 효과적인 소통 창구가 됐다. ‘유아더디자이너’는 소비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구두를 직접 디자인하는 게임 앱이다. 국내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 2위까지 올라 ‘한 해를 빛낸 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이 어플리케이션의 성공을 통해 구두 산업에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유통 구조를 개척했다.

이 때 이미 백화점 구두 가격은 30~50만 원을 호가하게 됐는데, 공장 구두 장인은 한 켤레 만들어 가져가는 돈은 6천 원 남짓이었다. 유통마진으로 반 이상이 나가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 그는 이러한 유통 구조를 개편하여 구두를 만드는 사람과 소비자와의 접점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러한 생각으로 그가 ‘유아더디자이너’ 사업 모델을 가지고 만든 새로운 플랫폼이 ‘맨솔’이다. 소비자의 취향과 트렌드가 반영된 디자인, 이를 개개인의 발 모양과 스타일까지 고려하여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맞춤 서비스 방식, 그리고 합리적 가격을 갖춘 ‘맨솔’ 상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박 대표는 온라인 유통을 통해 마진을 대폭 줄인 대신 구두 공장에 더 많은 대가를 주기로 했다. 현재 성수동 두 개 공장에서 납품을 받고 있는데 이들은 유명 브랜드와 일할 때보다 마진을 최대 6배까지 올릴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당연히 구두 장인에게도 더 많은 대가와 인정이 돌아간다.

 

스스로 찾아 낸 ‘금수저’, 소멸된 가업(家業) 되살려

박 대표는 사실 3대째 제화업에 종사해 온 국내에서는 알만한 가문의 자제다. 박 대표의 이모할아버지가 엘칸토의 창업자인 김용운 전 회장이다. 외조부는 이 회사의 고문역이었고, 친아버지는 이 회사에 납품하는 남화 구두 공장을 운영했다. 또 그가 근무했던 ‘무크’는 그의 외삼촌이 운영하던 회사였다. 제화 업계에서는 ‘금수저’라 불릴 만하지만, 그의 성장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엘칸토는 1990년까지 국내 최대 제화 기업으로 승승장구하고, 1994년에는 국내 제화업체 최초로 1천억 원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IMF의 벽을 넘지 못했다. 엘칸토는 자금난에 빠졌고 아버지의 공장 상황도 나빠졌다. 박 대표는 당시 고등학생이었는데, 학원을 다닐 수도 없었을뿐 아니라 용돈도 없었다.

그는 세종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2학년 때부터 디자인에 관심을 두기 시작해 기업 로고나 가수 앨범 재킷을 디자인하는 작은 회사를 차렸다. 마케팅 담당이었지만, 일손이 모자라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디자인에 발을 들이고, 자연스럽게 구두 디자인을 하게 됐다. 외삼촌이 사장으로 있던 ‘무크’에 입사해서도 첫 월급 116만 원을 받았고, 2년간 월급은 동결됐으며 승진도 못했다. 그는 잠시 레저 업체 등으로 눈을 돌리기도 했지만 ‘구두에 대한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았다’고 한다. 가업(家業) 덕택에 어릴 때부터 맡아 온 가죽 냄새가 결국은 자기 업(業)의 DNA가 된 것 아닌가 했다.

무크에서 내 준 창고나 다름 없는 작은 사무실에서 ‘유아더디자이너’가 탄생했고, 조카의 작은 성공을 지켜보던 외삼촌은 “새로운 사업을 구상해 보라.”고 격려했다. ‘맨솔’ 사업이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젊은 사업가들이 흔히 ‘대박’을 꿈꾸고 맞보려 하는 것과 달리 박 대표는 작은 성공을 거듭해 큰 성공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대한민국 구두 전통을 간직한 ‘혈통’의 가치를 살려 스스로 노력을 통해 ‘금수저’를 얻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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