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농 성공을 향한 긴 기다림의 이유
자연농 성공을 향한 긴 기다림의 이유
  • 김민오 기자
  • 승인 2019.04.15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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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 농약, 제초제 금지, 자연의 힘만으로 농산물을 키워 낸다
김주진 박사
김주진 박사

 

농업회사법인 혜림원(대표 김주진 박사)은 자연농업을 정착시키고자 부단히 노력해 왔다. 자연농업은 생태계의 순환 원리를 존중하는 농법으로 비료와 농약, 제초제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21만 여㎡(6만4000평)에 달하는 혜림원 농장에는 쟁기, 경운기, 트랙터 등의 농기계도 찾아볼 수 없고, 해충은 일일이 손으로 잡는다.

“자생능력이 아닌 비료의 힘을 빌어 자라고, 농약을 써 해충을 이겨낼 필요가 없이 자라는 건 사람으로 치면 과보호지. 사람이나 식물이나 과보호를 받고 성장하면 자기 안에 가지고 있는 힘을 다 발휘할 수 없어요.”

비료에는 농작물뿐 아니라 해충도 좋아하는 질소 등의 양분이 함유돼 있다. 비료를 써 해충이 기승을 부리니 여기에 또 농약을 뿌리고, 그렇게 우리 몸에 해로운 작물이 우리 식탁으로 온다. 또 잡초를 뽑지 않는 이유는, 잡초도 생태계 순환 원리 안에서의 제 역할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잡초가 농산물의 영양분을 빼앗아간다고 하지만, 실제로 잡초가 나눠 가지는 영양분의 비율은 크지 않다는 것이 김 박사의 이야기다. 오히려 뿌리를 땅속 깊은 곳까지 뻗어 공기를 소통시키고 배수를 도와 미생물이 잘 자랄 수 있게 하는 역할이 더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죽으면 유기물이 되어 농작물에 영양분이 되어 준다.

손으로 일일이 해충을 잡는 일은 당연히 어려웠다. 처음에는 해충이 기승을 부렸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었고, 대신 농작물의 면역력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최근 자연재배로 키운 혜림원의 사과나무는 새로 난 순에 벌레가 조금 꼬일 뿐, 잎도 열매도 건강한 상태’라고 김 박사는 말한다.

혜림원의 작물들은 아직 수확량이 풍부하지는 않지만, 애초에 예상했던 일이었다. 이미 건강을 잃어버린 토양에서 자연 본래의 체질을 되찾는 데는 시간이 걸릴 터다. 전국에 이와 같은 자연농업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더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공 사례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김 박사는 반드시 이 노력이 결실을 맺을 것이라는 신념이 있다.

그는 얼마 전 간단한 실험을 했다. 같은 날 부사종을 심은 혜림원과 일반농 과일에 똑같은 흠집을 내 봤다. 그 결과 괴사가 퍼지는 속도와 범위에 큰 차이가 있었다. 혜림원 농산물의 사과는 일정 부분에서 괴사가 멈췄다. “우리도 상처에 잘 견디며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어떤 것을 먹어야겠습니까?” 김 박사의 반문. 실제로 김 박사 자신도 예전에는 감기에 걸리면 보름에서 한 달을 앓았는데, 자연농에서 자란 음식을 먹고 나서는 감기에 잘 걸리지도 않고 아파도 하루 이틀이면 낫는단다. 그는 100세 시대 먹거리 혁명은 자연농법에서 시작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혜림원의 농산물은 서울 시내에 있는 직영 ‘일수토(日水土) 샤브샤브 레스토랑’에 공급돼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다. ‘일수토’라는 이름은 해, 땅, 물의 힘 즉 자연의 힘과 농부의 정성만 담긴다는 의미다. 농산물뿐 아니라 각종 양념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식초는 누룩균을 발효시켜 만들고, 김치에 들어가는 고춧가루는 태양초 고추를 거칠게 갈아 만든다. 설탕 대신 양파나 과일을 갈아 사용하며, 샤브샤브용 고기는 방목해 기른 건강한 흑돼지를 사용한다.

자연재배 식재료의 진가를 알아보고 이 곳을 찾는 사람이 이미 많다. 식사를 마치고 “보약 잘 먹고 갑니다.”라고 인사하기도 한다. ‘밥이 보약’이라는 말이 혜림원의 자연농법을 통해 비로소 실현된 듯하다.

김 박사는 척박한 토양 때문에 요리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덴마크에서 자연농업인 ‘노르딕퀴진’이라는 요리 문화가 확산되면서 덴마크 관광산업이 10% 이상 신장된 예를 들었다. 자연농은 고달픈 작업이지만, 이러한 사례가 김 박사에게는 동기부여가 된다. “최근 셰프들의 주가가 올라가고 있는데, 이 분들이 요리를 연구할 때 식재료와 레시피의 조화를 고려하는 노력, 좋은 식재료를 찾으려는 노력을 더 활발히 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자연농의 확산을 가져올 것이고, 이를 통해 식재료의 가치를 살린 ‘코리안 퀴진’ 문화가 확산된다면 대한민국이 더 건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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