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호랑이의 ‘부활’ 그리는 '김태형 화가'
한국 호랑이의 ‘부활’ 그리는 '김태형 화가'
  • 임창훈 기자
  • 승인 2019.08.12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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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만 바라보던 아이, 호랑이를 그리는 화가로

동물원 호랑이 우리 앞에서 호랑이를 바라만 보고 있는 한 아이. 미동도 없이 숨죽여 바라보는 모습이 자못 진지하다. 이는 과거와 현재에 일치하는 포산 김태형 화가의 모습이다. 그의 작업은 한반도가 ‘호랑이의 땅’라고 일컬어질 만큼 호랑이가 많았던 시절의 한국 호랑이에 대한 기억에서 시작한다. 그 기억을 떠올리면서 과거의 존재를 현재로 실감하고 그를 통해 부활하는 한반도 호랑이의 모습을 꿈꾸며, 그 꿈을 화폭에 옮긴다. 그의 작업을 통해 한국 호랑이는 계속해서 되살아나고 있다.

용맹함의 상징, 서민들에게는 친근한 의지의 대상

호랑이는 웬만한 초식동물은 혼자서 쓰러뜨리고 자신보다 몸집이 큰 사냥감조차 어렵지 않게 제압한다. 큰 몸집에 비해 고양이처럼 조용히 이동하여 사냥감을 포획한다. 사자의 경우 사냥감이 물속으로 도망치면 하는 수없이 지나치지만 호랑이는 물속까지 쫓아가서 기어이 사냥해 내고야 만다. 이마에 새겨진 줄무늬가 임금 왕(王)자를 닮은 것은 우연이 아닌 듯, 호랑이는 자신이 사는 곳 그 어느 곳에서도 최상위 포식 자리를 놓치는 법이 없는 맹수 중의 맹수다.

우리 역사에서도 호랑이는 늘 존재했다. 신라의 장군 알천은 화백회의 도중 난입한 호랑이를 때려잡았고, 고려의 명신 강감찬은 관내 호랑이 떼를 진압했다. 금천구 호암산에 있는 호압사(虎壓寺)는 이성계가 호랑이처럼 생긴 괴물을 잡았다는 일화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호랑이를 짓누르는 절’이라는 의미다. 여기서 호랑이는 권력자인 인간의 막강한 힘을 과시하기 위해 이야기 속에서 ‘희생’된다. 김태형 화가는 “한반도에 호랑이가 서식했다는 것은 정말 멋진 사실이다.”라고 말한다. 이제는 동물원의 한정된 공간에 맥없이 어슬렁거릴 뿐이지만, 그는 “기억 속 호랑이의 존재를 되살려 계속해서 우리 마음속에 각인시키고 싶다.”라고 말했다.

호랑이의 부활, 한국미술의 활기

김태형 화가는 고교 은사의 지도로 붓을 잡았다. 부모님이 적지 않게 반대했지만 그야 말로 호랑이와 같은 열정으로 그림에 대한 열정을 불태워 왔다. 처음에는 인물화를 그렸다. 그러다 호랑이와 운명적인 만남을 했다.

첫 전시회를 앞두고 두세 차례나 쓰러지고 정신을 추스르고 난 후 ‘호랑이가 받아들여야만 호랑이를 그릴 수 있다.’는 현실을 체감했다. 그는 꿈에서 자신을 구해준 호랑이 무리에게 “너희 호랑이들을 한반도에 다시 되돌려 놓겠다.”는 약속을 했다. 김태형 화가는 이것이 호랑이들이 ‘자신들을 그려도 좋다.’는 일종의 계시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호랑이는 화가 김태형의 삶의 전부가 됐다. 그가 호랑이 한 마리를 그릴 때마다 한반도에 멸종되었던 호랑이가 한 마리 한 마리 되살아난다. 작가의 심상에서 재탄생한 한국 호랑이는 대체로 온화하고 친근하며 때로는 생동감이 넘친다.

지난해 11월 가로수길 갤러리 오에서 가졌던 <기억...존재...그리고 부활> 세 번째 전시는 전시 타이틀이 보여주듯 작가의 열정과 예술 철학을 고스란히 담은 전시로 호평을 받았다.

김태형의 그림에서 혼합 매체를 통한 표현은 현대 미술의 흐름을 따른다. 어두운 배경에 빛을 극대화시켜 호랑이의 움직임이나 표정에 생동감과 무게감을 준다. 옛 호랑이가 현대로 살아 돌아온 듯한 느낌. 김태형 화가는 현재도 목탄 등 다양한 재료 연구도 이어가고 있다.

그림 소재로서, 표현법으로 부활한 그의 호랑이는, 현대 미술계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듯하다. 김태형 화가는 '제38회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대상 수상, 제39회 최고상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수상작인 <The Sound of Silence>는 100호 사이즈에 호랑이의 깊은 무게감을 섬세하게 표현한 대작으로 화단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편 김태형 화가는 프랑스 루브르(louvre) 박물관, 스페인 레티로 미술관, 일본 도쿄도 미술관, 미국 법무성 DEA 연방마약수사청 희생자 후원기금 LA특별전시 등 해외 활동도 활발하다. 최근에는 해외 의류 브랜드와의 아트콜라보 제의를 받아, 한반도뿐 아니라 전 세계에 호랑이를 말 그대로 ‘부활’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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